솔직히 말해서 난 팀 버튼 영화를 별로 안좋아하는 편이다. 글쎄, 그가 천재라는건 부정할 생각도 없고 부정하는 사람 있으면 옹호하고 싶을 정도긴 한데, 나랑 방향이 다르달까... 난 그 천재적인 기괴함이 너무 싫더라.
픽 피쉬는 내가 중학생 언저리부터 보고싶어했던 영화다. 뭐, 기회가 안되서 못 본 것도 이유 중의 하나겠지만, 팀 버튼의 그 기괴함에 대한 거부의식도 상당히 이유를 차지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.
결국 적어도 한 4년쯤 지난 지금에 와서야 도저히 볼 영화가 없어서 봤는데... 좋더라.
늘 허풍만 떠는 아버지. 했던 이야기를 수천번씩 하고, 그 이야기들 모두 거짓인게 너무 뻔하게 눈에 보인다. 아들은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고, 결국 결혼식에서의 싸움을 끝으로 3년간 이야기조차 하지 않는다.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, 아버지가 위독해져서 아버지를 찾은 아들. 그리고 아버지의 그 허풍들을 다시 한번 들으면서 아버지의 인생을 회고한다.
시놉시스부터 너무 내 취향에 직격으로 들이받아서 4년이나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기다렸는데, 기대만 들어맞았다. 팀 버튼의 그 기괴한 상상력이 약간 부담스러웠는데, 빅 피쉬에서는 그런 기괴한 상상력이 좀 완화됐달까... 상당히 포근해지고 약해진 느낌이 들어 좋았다. 이전까지의 상상력이 애들 보여주기에는 조금... 이었다면 이번은 아들내미 손잡고 영화관 가기 딱 좋을 정도랄까.
상상력이나 영상미 역시 상당히 뛰어났지만,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던건 분위기와 이야기. 뭐 팀 버튼 이야기가 사실 다들 뭔가를 한번쯤 생각하게 만든다는건 알지만, 이번은 좀 뭐랄까... 방향이 다르달까. 아버지가 자기 전에 들려주는 이야기, 뭐 그런 느낌. 포근하고, 그립고...
이야기는 아버지의 인생사(양념이 상당히 가미된)과 절제된 아들의 시점으로 보는 현재가 공존하고, 번갈아가는 방식. 전달이라는 면에서 상당히 좋았지만, 굳이 단점을 뽑자면 아버지가 이야기 하는 타이밍이 대부분 좀 뜬금없달까. 뭐 이야기 보면 원래 그랬던것 같지만.
과거사 이야기도 꽤나 흥미롭다. 아버지가 살았을 시대(대충 1930~)에 대해 상상력을 가미해서 맛깔나게 꾸민 인생사랄까. 개인적으로 재밌었던건 아버지가 참전한 전쟁이 2차대전이 아닌 한국전쟁이라는 것(중국의 댐 계획서를 탈취해온걸로 묘사된다. 실제로 북한군도 나온다. 근데 희한하게 중국군도 북한군 복장 하고 있더라).
아버지와 아들의 관계, 인생사, 그런것에 대해 꽤나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영화. DVD 사놔야겠다.
별 5개. 추천 3개.